천둥 치는 밤
내 팔에는 한 영혼이 있습니다. 어떻게 짖었는지, 무슨 행동을 하고 돌아다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개의 영혼입니다. 개가 서 있는 것처럼 생긴 상처가 팔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평생을 내 곁에서 살 것입니다. 이 자국 덕분에 산 나는 이것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오늘은 개의 날입니다. 어린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대신 번개의 앞으로 가 피뢰침 역할을 해 죽었다던 그 개의 날입니다. 개의 날은 자주 있지만 흔치는 않습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하늘에 번쩍인다면, 그 순간이 바로 개의 날입니다. 나는 기상예보처럼 찾아온 개의 익숙한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나를 지킨 그 개를 영웅처럼 여깁니다. 가족사진 하나 없는 집에 유일하게 무언가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은 개 동상이 유일합니다. 그 개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던 동상. 실제로 개가 살아있었다면 딱 이 크기에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은 동상. 나를 향해 짖고 있는 듯한 얼굴에서 어느 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엄마는 가끔 동상을 진짜 동물인 것처럼 매만집니다. 손길이 미친 곳에는 애틋함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그 개를 오랫동안 가족처럼 키웠던 것처럼 부모님은 동상을 아꼈습니다. 차가운 집안에 나를 스치는 먼지가 흩날립니다.
나는 그녀의 곁에서 언제나 확률을 잽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기견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과는 일면식도 없는, 그저 근처 길가에서 살아가던 개. 어쩌면 그 개가 우연히 내 앞을 지나가려던 상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저 빛을 동경하다, 그에 닿고 싶어 나를 치고 벼락을 맞았을 수도 있겠지요. 어느 쪽이든 나를 위해 뛰어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개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만이 이곳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개의 얼굴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착각이 듭니다. 그저 상상한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는 것뿐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기억이라면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어린아이인 내가 있고, 하늘에서는 시끄럽게 천둥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어두워진 거리에는 가끔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번쩍입니다. 눈앞에 번쩍거리는 무언가와 큰 울림소리도 견디지 못한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작은 손은 어린이용 투명 우산을 꽉 쥐고 있었습니다. 눈에서는 빗물과 섞인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때 거센 바람에 우산을 빼앗기고 서 있던 아이에게로 벼락이 온 겁니다. 꼼짝없이 당할 뻔한 아이를 어떤 개가 쳐내어 버린 것이고. 개는 벼락을 맞았고, 아이는 개의 몸에서 튕긴 전기를 팔에 맞았습니다. 기절한 나를 발견한 부모님은 그때 왔다고 했습니다. 타인의 일처럼 생각하는 것은 그날의 기억을 잃어버려서일까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나는 둘 중 무엇이라고 한다고 해도 이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멀리서 아버지가 털이 다 빠진, 삶은 닭을 가져옵니다. 개의 날임을 기억하고, 한 번 더 개의 추모와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제물. 닭의 눈이 감겨 있습니다. 개 동상의 바로 앞에 놓은 닭은 이미 죽어 있습니다. 아주 고요하고 얌전하게. 나는 죽은 것의 앞에 놓인 죽은 것을 봅니다. 아름다운 털을 잃고 앉아있는 모습을 봅니다. 감긴 눈 뒤로 비어있을 공간을 상상합니다. 나는 눈을 감습니다. 어딘가에서 함께 있을지, 떨어졌을지 모를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나는 그 순간 가슴 바로 밑에서부터 무언가가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닫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번쩍거립니다.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잊게 하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나는 마치 그날로 돌아간 듯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입을 틀어막자 팔에 남은 개의 흔적이 보입니다. 개의 형상을 닮은, 그러나 개가 아닌 무언가. 그 동물에게서 스며들던 전기가 튕겨 내게 닿아 생겼다는 자국. 개의 동상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닭의 빈 두 눈은 나를 향하고 있습니다. 두 생명의 시간을 쥔 너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묻는 것만 같습니다. 멀리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