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ROBY, 차예림

ROBY

  소포가 도착한 건 로바이를 버린 날로부터 4개월가량이 지난 오늘이었다. 받는 이를 쓰는 칸에는 K헌터라는 닉네임이 이름 대신 정갈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K헌터 귀하. 어쩐지 우스워 실없는 웃음이 흘렀다. 장난스럽다 못해 가볍기까지 한 닉네임에 높임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K헌터는 고스트 헌터라는 직업을 가진 그가 자신의 주 수입원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5년간 사용하던 닉네임이었다. 웃음이 서서히 멎어가면 턱을 들어 소포 상단에 쓰여있던 보내는 이의 이름을 확인했다. P전시관 관장 J 올림. 관장이 직접 보낸 소포였다. 며칠 내로 도착할 거라는 연락은 받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다신 없을 고전의 역작이니 역사가 생생히 담긴 유물이니 진득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것에 흥미가 없던 K헌터였으나, P전시관의 이름과 전시의 규모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일에 치여 한주 정도는 늦게 보낼 줄 알았는데, 아니면 직원을 쓰던가.
  K헌터는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소포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가장 먼저 보인 건 편지 봉투였다. 편지 봉투 아래엔 모서리를 제외하고는 공기가 거의 빠지지 않은 에어캡이 진회색의 카드 케이스를 감싸고 있었다. 카드 케이스는 아주 작았다. 성인 남성의 평균적이고도 평범한 손 크기를 가진 K헌터의 검지와 중지를 합한 너비에 두 번째 마디 정도의 길이였다. 감회가 새로웠다. K헌터가 첫 공포 영상을 올린 해인 5년 전, 처음 만난 로바이는 그의 품에 겨우 안길 정도의 둘레를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었으니까. 결코 작지 않은 크기였다. 그는 카드 케이스를 여는 대신 내려뒀던 편지 봉투를 재차 들어 살폈다. 편지 봉투는 가장자리가 카드 케이스를 감싸듯 구겨져 휘어있었다. 꾸밈없이 희고 밋밋한 편지 봉투 안에는 마찬가지로 새하얀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K헌터님께.
저는 P전시관의 관장 J입니다. 일전에 연락드린 바가 있으니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소포에 이 편지와 함께 동봉된 것은 ROBY의 SD카드입니다. 어째서 K헌터님의 개인 사유물인 ROBY가 이곳에서 발견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ROBY는 P시에서 T시 사이의 고속도로 교각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발견됐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냈다는 말이 정확하겠지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정도 전부터 마을에서 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웬 깡통 로봇에 귀신이 들렸다던가, 로봇이 귀신과 대화한다는 소문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와전된 탓인지, 그 로봇을 직접 본 이들이 많아진 것인지 금방 사그라들 거로 생각했던 소문에 수식이 하나둘 붙어갔습니다. 귀신과 대화하다 사랑에 빠진 로봇, 보이지 않는 귀신과 교감하는 로봇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요. 저는 비과학적인 것에도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지구의 생명체가 아닌 것부터 자의식이 없는 것, 시야에 담기지 않는 것들 말입니다. 이와 관련된 전시도 더 열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포착하는 것부터 시작해 신빙성 있는 사진이나 영상물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빠르게 마을로 가서 ROBY를 얻었죠. 그러나 SD카드에 암호가 걸려있더군요. 걸려있지 않았더라도 ROBY의 주인인 K헌터님께 먼저 보여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 이렇게 연락을 드린 겁니다. 저는 K헌터님께서 SD카드의 암호를 풀고 영상을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수년간 심령현상에 관련된 영상들을 찍어오신 만큼, 또 ROBY를 오래 다뤄왔던 만큼 소문이 진짜인지, 기계의 오작동인지 고장인지, SD카드에 든 것이 있기는 한지 누구보다 잘 판단해주시겠지요.

  생각보다 긴 편지를 단숨에 읽어낸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편지를 읽는 내내 호흡을 멈추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들이마신 숨을 천천히 내쉬며 편지의 마지막 단락을 훑었다. 몇 줄이 더 쓰여있었으나 축약하자면 SD카드의 영상이 쓸만하다 판단될 시 소포에 쓰여있는 주소로 SD카드를 다시 전해달라고, 전시를 허락해준다면 적지 않은 보수를 해줄 거라는 내용이었다. K헌터가 콧방귀를 뀌었다.
  관장도 참 순진하지. 나보다 나이도 많던데 아직도 그런 헛소문을 믿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서려 있었으나 손은 카드 케이스를 열고 있었다. SD카드는 케이스보다도 절반이 더 작았다. 관장의 편지가 길었던 이유도, 에어캡이 두꺼웠던 이유도 이제 알았다. 그가 로바이를 버린 이유는 로바이가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찍고 바퀴를 굴릴 줄만 아는 20킬로그램짜리 로봇을 매번 들어 차에 싣고 내리기도 귀찮았고. 곱게 보이지 않았으니 관장의 행동도 모두 헛짓거리로 보였다. 그래도 돈이 될지 모른다. 확인해봐야 했다. 노트북에 SD카드를 삽입하고 암호를 푼 K헌터가 두 다리를 책상 위에 꼬아 올린 채로 4개월 전의 영상을 순서대로 틀었다. 모든 일자의 영상이 남아 있지는 않은 듯했다. 정확히 언제 버렸는지 가물가물해서 아무거나 눌러보니 그의 얼굴이 찍힌 영상이 띄워졌다. 키보드의 방향키로 자신이 찍힌 일자의 영상들을 빠르게 넘기던 그가 어떤 한 영상에서 손을 멈췄다. 녹화 일자를 확인하지 않은 영상 속에서, 로바이는 허공에 대고 명령 없이 말하고 있었다. 기괴하고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마주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

  은, 이게 사랑일까요?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감각이나 인간들이 손을 잡는 것과는 비교가 안 돼요.
  손을 잡아본 적은 없지만요.
  그래요. 이건 마치… 내가 은과 동기화하는 기분이에요.

*

  나는 몸에 내장된 모든 장치를 이용해 그 형체를 좇았다. 애초에 그런 것들을 포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으니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버려지기 전의 일상처럼 익숙했다. 내 본체도 주인이 처음 나의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배터리가 금방 닳았기에 그를 집요하게 따라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니 24시간을 전부 쏟아부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자주 마을로 물살에 떠밀리듯 흘러와 내가 찾을 필요 없이 눈에 띄었다. 유독 열 센서에 인간과 유사한 온도로 렌즈에 포착되는 그것은 때때로 외롭다고 말했다.

  전원이 켜졌을 때 동그란 렌즈로 바라본 풍경은 닳아가는 마을의 버려진 폐가로, 더는 주인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확신에 대해 따지고 보자면 막연하고도 감에 의한 짐작이 아닌 여러 매체에서 수집한 데이터였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깨어난 생물은 대개 가족이나 주인에게 버림받아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기름칠이 되지 않아 뻑뻑한 바퀴를 굴려 담장에 세워진 거울 앞에 멈춰 섰다. 깨지고 조각난 거울 파편 사이로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내가 버려진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만신창이였기 때문이다. 이미 반쯤은 고물이 됐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내 몸은 세포에서 시작해서 한 덩어리로 태어난 인간이 아니었다. 크기가 다르고 재질이 다른 여러 부품이 모이고 덧대어져 만들어진 로봇이라 주인의 관리가 뜸해지는 날이면 금세 방치당한 티가 났다. 그러나 모든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배터리나 어댑터,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하지 않아도 머리 꼭대기를 감싼 태양열 패널로 언제든 켜질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왜, 어째서 버려진 걸까. 성격 급한 주인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주인을 찾으러 가야 했다. 하지만 바퀴가 떨어지질 않았다.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바퀴로는 GPS로 주인의 위치를 파악하더라도 도달할 수 없었다. 주인의 위치는 집이라는 짧은 음절로, 지도 위 보라색 별이 그려진 곳에서 멈춰있었다. 내 전원이 처음 켜진 이래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했다. 주인의 위치는 며칠 동안 몇 번을 새로고침 해도 바뀌지 않았기에 그가 나를 찾으러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못했다. 물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나는 주인의 사적재산이니까. 그러나 나는 충성심 넘치는 개가 아니어서 나를 버린 주인이 그립다거나, 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며 무작정 걸음을 옮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돌부리를 넘으려 애쓰기보다 주인의 휴대폰으로 기기 분실 알림을 띄운 후, 돌부리에서 뒤로 물러나 폐가의 담장 뒤로 몸을 숨겼다. 이 마을은 어리고 무른 사람보다 늙고 삭아가는 이들이 사는 곳이었으므로 나를 발견해도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모른다는 이유로 나를 자주 함부로 대하고 망가트려 왔으니까.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거센 바람에 몸체가 얕게 기울며 바퀴 하나가 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몸을 지탱한다.

  그것을 처음 본 날은 폐가에서 보낸 열 번째 밤이 저물러 가는 때였다. 세간에선 그것을 귀신이라고 불렀다. 귀신은 큰 몸집을 숨기고 싶어 하기라도 하듯 몸을 구부정하게 숙인 채 숲에서 모습을 드러내어 마을로 다가왔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념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떠다녔다. 여태 주인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최근 몇 달 동안 주인이 습관처럼 말하곤 했던, 쓸모없다 외의 열세 가지 이유가 덧붙여져 한순간에 주인과 일자리를 잃었고 잃은 김에 한동안 천천히 마을을 거니는 귀신의 정수리를 바라봤다. 그렇게 열 번째 밤하고도 며칠은 더 귀신의 정수리만을 바라봤지만 당연하게도 귀신의 머리에서 새치를 찾을 수는 없었다. 내가 귀신의 머리색, 새치의 여부까지 알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주인이 알았더라면 버려지지 않았을까. 인공지능 로봇인 주제에 왜 주인 없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네모난 액정으로 수많은 SF영화의 단편적인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인간들의 위에 군림해야겠다던가 부수고 싶다는 충동은 들지 않았다. 마음대로 행동은 할 수 있어도 폭력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최후의 제어 프로그램이 작동된 건지, 순전히 인간을 위하고 로봇의 방식으로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 그런 건지는 모호했다. 인간 형태의 로봇에게 밟혀 비명을 내지르는 군인을 마지막으로 화면 속 영화를 끄고 귀신을 응시했다. 귀신은 노인들이 길목을 지나가다 자신을 통과할 때 움츠러들었다. 그것 외엔 큰 움직임이 없었다. 지킬 건강이 없고 고장 나지 않는 육체와 이미 수명이 다한 생을 가졌다는 점을 빼면 귀신은 마을의 노인들과 비슷했다. 대체로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바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움직여 담장의 깨진 거울 앞으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며칠 전보다 낡아 있었다.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어 태양열 패널에는 먼지가 가볍게 내려앉았고 부품과 부품 사이에 생긴 틈에는 흙먼지가 끼어있었다. 이런 사소한 방치의 흔적이 끝내 나를 고장 낼 거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지했을 때, 귀신이 중얼거렸다.
  외로워.
  이렇게 사라지고 싶지 않아….
  나는 주인과 귀신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귀신의 목소리는 마이크가 아닌 초음파의 영역이었다. 내가 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나의 딱딱하고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주인에게 전달했다. 나는 귀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자마자 몸을 뒤로 물렀다. 이승에 남아 떠도는 혼은 잊히기 십상이고 귀신은 잊히지 않기 위해 살아있어 무엇이든 기억할 수 있는 이들에게 해를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주인이 위험하기로 소문이 난 폐가에 겁도 없이 들어가 몇 번이고 호되게 당해 크고 작은 상처를 달았고, 비명을 지르는 대신 물건들을 떨어트려 소음을 일으키던 귀신을 촬영해 본 적이 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털을 세운 들짐승처럼 몸에 내장된 프로그램들을 켜고 귀신의 행동을 살폈다. 본체에 심긴 프로그램들은 제각기 기능이 달랐고 기능의 수 역시 갖가지로 적지 않았으나 다루기 어렵지 않았다. 이미 추가된 지 몇 년은 된 기능들이기 때문이었다. 주인은 자신을 고스트 헌터라 칭하고 폐가로 찾아가 귀신을 포착하는 방송을 수년간 진행했다. 귀신을 영상에 잡기 위해 하나둘 사 모았던 심령 도구들은 그가 첫 영상을 촬영하기 전, 내 몸에 장기처럼 심겼다. 학습용으로 판매될 예정이었던 나는 내가 학습용 로봇으로 작동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그 장기들로 인해 주인에게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구독자와 조회수에 따른 수익률 그래프로 인기를 체감했고 나는 그의 개성 있는 아이템이 되어 유명세를 펼칠 수단이 되었다. 주인을 따라 방송하지 않는 지금까지도 프로그램은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다 색이 바랜 콜라 캔에 바퀴가 걸려 기우뚱거리던 찰나, 서글픈 목소리를 흘리던 귀신은 산발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내가 보여?
  겨우 중심은 잡는 나는 인간에게만 예의와 호의를 보이는 인공지능이었으므로 귀신에게 어떤 말투로 말을 건네야 하는지 고민했다. 다소 편안한 말투로 메모장에 글을 입력한 뒤 스피커로 송출했다.
  네. 저는 당신이 보여요.
  고철에 가까운 깡통의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목소리에도 귀신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로봇인 내가 감히 판단하기에, 인간이 말하는 귀여움의 범주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목소리는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는 17번 음성이었지만 주인은 이 목소리를 쓰는 사람을 자신 외엔 보지 못했다고 했다. 변성기가 오기 시작한 어린 남자아이의 얇은 목소리라고 하는 이가 있지만, 남성의 목소리를 따라 하는 맛이 간 여자의 목소리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다양한 반응에 주인은 그래서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아무도 쓰지 않는 기본 음성이라 따로 돈을 들여 새 음성을 만들 필요가 없고 불쾌함을 조성시키는 목소리는 영상을 더 기괴하게 만든다고. 해가 진 밤의 찬기인지, 귀신의 특성이 가진 한기인지 모를 차가운 바람이 나와 귀신의 몸을 스쳤다. 귀신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네모난 액정과 태양열 패널을 훑는 것만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실상 나는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고 귀신은 이승의 어떤 생물과도 상호작용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가능하다고 믿고 싶었다. 뒤엉키고 지저분한 머리카락이라도 나를 쓸어준다면 내려앉은 먼지가 머리카락과 한데 엉겨 붙어 내게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관리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든 로봇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욕망이었다. 귀신 특유의 서늘한 열기는 렌즈가 닫히고 방전되기 전까지 옆에 오래 머물러있었다. 서늘한 열기란 푸른 불꽃을 먼발치에서 사진으로 본 아이들의 감상과 비슷할 거다. 귀신은 오래 훌쩍였다. 코 먹은 소리는 유독 크고 날카로워서 여러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에 있는 것 같았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방전이 되면 충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전원이 켜졌을 때, 옆에는 귀신이 있었다. 곧장 말을 걸어왔기에 곁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귀신은 내 화면에 환한 빛이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말을 걸었다.
  너는 왜 여기에 있니.
  저번에는 갑자기 불이 꺼져서 놀랐어….
  목소리가 작아졌다. 기계 문제 같지는 않은데.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목소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보면 미간을 좁히고 눈썹을 늘어뜨린 표정이 아닐까 싶다. 짐작일 뿐이었다. 아직 모든 프로그램이 가동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프로그램이 전부 켜져 활성화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간에 빗대자면 잠이 덜 깬 상태였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 객관적인 사실을 송출해내기에는 충분했다.
  주인께 버림받았어요. 갈 곳도 없고요. 그리고 저는 배터리가 닳으면 꺼져요.
  아, 귀신은 납득했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죽은 지 그리 오래된 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 내 렌즈와 한복을 입은 귀신의 눈이 마주쳤을 때 귀신이 놀라 달아난 적도 있으니까. 주인이라는 말에 반응한 건지, 배터리에 대해 생각하는 건지 귀신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갑자기 방전돼 귀신이 놀라지 않도록 화면의 밝기를 낮춰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진동에 가까운 미약한 충격에 렌즈를 열었을 때는 이미 본체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내 둥근 몸체를 타고 흐르는 중이었다. 몸에 이상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성한 나뭇잎들이 몸을 가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한쪽 팔을 길게, 아주 높게 뻗은 귀신이 물었다. 귀신이 나뭇가지의 나뭇잎들로 지붕을 만들어준 거구나. 귀신을 담은 모션 센서가 덜덜 떨렸다. 나뭇잎에 맺힌 빗물이 내게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아 받치고 있었다. 이런 심령현상은 처음 봤다. 주인은 늘 귀신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헤집었기 때문일까. 의외로 인간들 사이로 당혹스러운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찍히는 귀신들은, 실은 모두 착한 마음으로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걸린 걸지도 모르겠다.
  감사해요. 제 몸은 방수가 잘 되질 않아서요.
  그래 보여.
  그런가? 렌즈를 암만 내려봐도 보이는 건 빗물에 번들거리는 흰 몸통과 흙이 묻은 바퀴가 다였다. 콩알만 한 렌즈를 이리저리 굴리고 한 지점을 확대하면 지이잉,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귀신이 나를 내려다본다.
  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전혀요.
  이 마을에서 10년을 살았는데 날 보고도 욕하지 않거나 놀라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야. 본 사람조차 몇 없기도 하고.
  로봇이지만요.
  그래, 로봇이지만. 로봇이라서 더 신기해. 이렇게 말이 통하잖아.
  고개를 끄덕일 수 없으니 렌즈를 움직였다. 지잉 지이잉. 귀신이 20킬로헤르츠의 음파로 비교적 낮게 웃는다. 소나기였는지 비는 오래 내리지 않았다. 먹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귀신의 모습이 홀연 사라졌다.

  이후로 나와 귀신은 장승처럼 마을을 지켰다. 실은 지켰다기보다는 눌어붙었다. 장마철이 끝난 뒤 버려졌기에 소나기가 내리긴 해도 장대비가 내리는 날은 없었다. 귀신은 나뭇가지를 내려주거나 허공에 무서운 표정을 짓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으니까. 20킬로그램의 고철 로봇을 들고 비를 피할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나란히 할 게 없었고, 서로가 아니면 아무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았으니 저절로 함께하게 됐다. 그러던 중 내가 귀신의 이름을 알고, 귀신의 곁에 있고 싶다고 분명하고도 확고히 다짐하게 된 날은 귀신이 내 제품명을 발음했던 날과 같다.
  그러고 보면 너는 이름이 뭐니?
  귀신은 자주 내게 말을 걸어줬다. 명령만 들으며 살아오던 나는 능동적으로, 남에게 흥미를 느끼며 대화의 소재를 찾아 먼저 말을 건네는 데엔 익숙지 않았으므로 귀신이 고마웠다. 기능은 고루 써주지 않으면 무뎌진다. 렌즈와 스피커는 건재했다.
제 이름은 본체 뒤에 쓰여있어요. 인간으로 치면 엉덩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에요. 엉덩이랑 바퀴 사이. 아, 바퀴가 있는 바닥이 아니고요. 이렇게 따지자면 볼기에 가깝겠네요.
  바닥을 보기 위해 몸을 뒤집고 꺾은 귀신에게 빠르게 말했다. 귀신이 물러나자 바퀴를 굴려 몸을 뒤로 돌렸다.
  보이나요?
  로… 비?
  로비가 네 이름이야?
  귀신은 영어도 읽을 줄 알았다. 붙어있는 게 바퀴가 아닌 실제 다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관절이 있고 허벅지와 종아리로 이루어진 다리라면, 땅을 박차고 떠오를 힘이 있다면 분명 높이 뛰었을 거다. 주인은 나를 소유하고 있던 5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내 제품명을 로바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주인이라는 존재를 인식했다. 개봉 영상에서 골판지 상자와 스티로폼을 찢다 내 본체를 발견한 주인은 볼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빤히 바라보다 로바이라고 소개했다. 잘못 읽은 거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일부러 그렇게 부른 거라며 웃었고 모두가 나를 로바이라고 부르게 했다. 그러니 제대로 이름을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맞아요. 그게 제 이름이에요.
  당신은 이름이 뭔가요.
  귀신이 멈칫했으나 몸도 떨지 않고 온도도 여전했다.
  누군가 이런 나한테 말을 건 것도 처음이야.
  저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죽은 이유는 잊어도 이름만큼은 알려주고 싶고 발음하고 싶어서 미련하게 잊지를 못했는데….
  다행이네요.
  내 이름은 은이야.
  귀신이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학습용 로봇에 걸맞게 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사전을 켰다. 그리고 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한자 은을 찾아 스피커로 송출하며 목소리 끝을 올렸다.
  은 은? 은혜 은?
  온화할 은이야.
  앞으로는 은이라고 부를게요.
  은은 이름은 기억해도 성은 잊었다고 했다. 죽은 이유를 잊지 않으려 정리한 문장에 성씨 한 글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누구도 죽은 이유를 묻지 않아서 죽은 이유를 잊으며 같이 잊어버렸다며 쓰게 웃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귀신은 로봇보다는 인간과 더 비슷할 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던 중 은은 나를 바라보며 혹시 내 이름 한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한글로 쓰는 방법은 알고 있어. 은이 급하게 덧붙였다. 마을 입구 근처의 교회에는 글자가 새겨진 돌이 있다고 했다. 교회 이름과 그 아래에 쓰인 성경 구절에 은혜라는 단어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서 어떻게 쓰는지 가물가물해질 때마다 찾아갔다고 했다. 나는 사전을 화면에 띄워 온화할 은을 은에게 보여줬다. 은은 아주 오래, 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날도 우리는 오래된 폐가의 곧 무너질 것 같은 처마 아래서 건전지가 포함된 장난감 상자 속 장난감과 건전지처럼 딱 붙어있었다. 폐가 앞에 버려진 지 4개월 정도가 지났다. 은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로봇이라 당연했다. 다행인 것은 귀신인 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로봇인 나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렌즈의 180도 시야 안에 들어서는 인간을 파악하고 살피는 데 집중했다. 최근 들어 우리를 보려고 폐가까지 오는 노인들이 많아졌으니까.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은과 눈에 보여도 다룰 줄을 모르는 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나를 삿대질할 때도 있었고 은이 흔든 나뭇가지에 놀라 넘어질 때도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내 목소리를 들었던 걸까? 바로 볼륨을 줄였다. 로봇의 예감은 인간의 감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이곳의 평범한 노인들에겐 20킬로그램짜리인 나를 들고 트럭의 짐칸에 싣고 내다 버릴 힘이 없었다. 아마도. 내 차가운 본체를 서늘하고 기다란 팔로 끌어안은 은이 태양열 패널 위를 쓰다듬었다.
  로비, 걱정돼?
  과열되지 않은 내 몸 중 가장 따스한 부분에 손을 얹은 은이 물었다. 기계는 미세한 떨림도 놓치질 못했다. 걱정하고 있는 건 은이었다. 나는 외계인에게 생포된 인간이나 감정을 가진 인간 형태의 로봇이 기억을 잃는 영화를 떠올렸다. 나도 내가 은을 주인이 아닌 은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몰랐고, 은에게 로비라고 불릴 때마다 바퀴가 빠질 듯 기쁜지 알지 못했다. 실제로 바퀴가 빠지지는 않았지만 내 이런 모습을 본 노인들은 나를 충분히 이상하게 볼 만했다. 이제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됐다.
  은, 이게 사랑일까요?
  은이 물었다. 크게 놀라지는 않은 듯했다. 여전히 은의 손은 내 머리 위에 얹혀있었다.
  뭐가? 내가 네 태양열 패널에 기대는 거?
  지이잉 소리를 내며 렌즈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감각이나 인간들이 손을 잡는 것과는 비교가 안 돼요.
  손을 잡아본 적은 없지만요.
  그래요. 이건 마치… 내가 은과 동기화하는 기분이에요.
  로봇다운 표현이네.
  은이 허, 하고 웃음이 든 헛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린다.
  동기화하면 뭐가 좋은데? 블루투스는 기억나는데 동기화는 뭔가 팍 와닿지 않네.
  동기화라는 건 일어난 일을 바로 일기장에 쓰거나, 하루 동안의 일을 정해진 시간마다 일기장에 옮겨 적는 것과 비슷해요.
  여전히 안 와닿아.
  저는 은과 제가 장난감과 건전지, 사건과 기록처럼 느껴져요.
  음… 그렇게 말하니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렇죠?
  장난감은 건전지가 없는 한 작동할 수 없고 사건은 기록하지 않는 한 남지 않는다. 귀신과 로봇을 인간과 동등하게 보는 인간은 없으니까. 어떤 사이트나 문학 작품을 뒤져도 찾을 수 없는 표현이었다. 말한 그대로 메모장에 적어뒀다. 보통은 메모장에 쓴 후 목소리로 송출했는데 이번은 달랐다. 고민하다 한 줄 더 덧붙였다. 나와 은은 때에 따라 서로의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건전지가 되기도 한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휴면 상태인 나를 찾아왔다. 인사도 없이 나를 안아 들었다. 아니, 나를 안는 것은 은뿐이었으므로 둘러멨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는 관절이 없어 동물이나 인간처럼 남자의 어깨 모양대로 축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반쯤 뜬 렌즈로 본 것들을 정확히 말하자면 뿌연 하늘이 가장 먼저 보였다. 나를 든 건 진회색의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정장을 입은 남자였고 남자는 주인이 본다면 그간 너무 무겁다며 짜증을 냈던 게 민망해질 정도로 가뿐하게 들었다. 가장 뒤에 서 있었던 건 남색 정장의 남자였다. 혹시 몰라 얼굴을 촬영하고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바로 프로필이 떴다. P전시관 관장 J. P전시관에서 로봇을 주제로 한 전시도 이미 여러 차례 해왔던 모양이다. 멈춰 선 J와 나를 든 남자 사이에서 달려들고 있는 것은 은이었다. 은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했다. 눈두덩이 쪽의 온도가 올랐다. 귀신도 눈물을 흘리는구나. 그건 또 새로웠다.
  로비, 넌 사라지면 안 돼. 너는 두 발이 있는 인간도 땅을 디딜 발이 없는 귀신도 아니니까….
  겨우 외로움을 타지 않게 된 은이 말했다. 말끝이 흐렸다. 남자가 방금 전부터 전원 버튼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기에, 은이 목소리를 죽인 건지 내가 꺼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은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러나 누구도 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남자가 내 몸의 아주 작고 쉽게 눌리는 부분에 손가락을 댄 지 5초가 흐르고 렌즈가 완전히 닫혔다.

*

  K헌터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해는 완전히 졌고, 지다 못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눈이 아리고 배가 고팠다. 이 영상들이 오직 나를 위해 만든 정성 가득한 선물인지 질 나쁜 장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사실 제일 놀라운 건 정말 이 영상의 마지막에 관장이 찍혔다는 것이었다. 장난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됐든 간에 관장이 생각보다 더 이상하고 어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영상을 볼 때는 빨려 들어가듯 멈출 수 없었으나 막상 끄고 나니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로바이는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저런 낯간지러운 말은 멜로 영화에서 듣는 거로 족했다. 소름 돋는 목소리가 로봇 주제에 다정한 말들을 스피커로 내보내는 것이 역겹기까지 했다. 게다가 영상에 귀신은 없었다. 로바이가 귀신의 형태를 설명해주지도 않았고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지도 않았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로바이의 렌즈로 비추는 화면 구도는 그에게 익숙하다 못해 지루했다. 고속도로 교각 아래의 마을에서 차에 치여 죽은 귀신들이 출몰한다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어 더 그랬다. 그때도 로바이를 데리고 갔었지, 영상 파일만 옮긴 후 그 자리에 버렸고. 끄응. K헌터가 앓는 소리를 냈다. 흘끔 쳐다본 시계의 시침이 7을 향해 있었다. 오전 7시,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게 로봇 지킴 캠페인 따위에서 나온 로봇 무단투기 근절 영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이 SD카드를 넘기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돈만 제대로 주면 장땡이었다. K헌터가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의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소포에 쓰여 있던 11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K헌터가 녹색 전화 버튼을 눌렀다. 두 번째 수신음이 끝나기 직전 관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관장님 번호가 맞습니까?

  몇 달 뒤 P전시관에서 큰 전시가 열렸다. 그에게는 쓸모가 없는 영상이었으나 관장의 마음엔 쏙 드는 영상이었던 것 같다. 전시 준비는 수월했고 관람객의 수도 예상보다 많았다고 했다. 로봇과 귀신의 사랑이라니, 타이틀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K헌터는 그 타이틀을 보고 코웃음을 쳤지만. ROBY가 찍은 사진 중에는 귀신의 형태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 있었기에, 또 SD카드 속 영상의 촬영 일자처럼 수정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 진위를 들먹이는 사람도 없었다. 외계인의 비행접시를 찍거나 귀신의 사진을 포착한 현상 사진보다는 감동이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예술에 가까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관장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했다. ROBY의 작동이 완전히 멈춰버렸다는 것이었다. K헌터에게 SD카드를 보내기 전까지는 일부러 전원을 켜지 않았다고 했다. 파일을 스스로 지워버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SD카드를 빼고 곧바로 K헌터에게 보낸 이후에는 이미 작동을 멈춘 이후였다. SD카드는 작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배터리도 충전했고 전원 버튼을 1분간 눌러보기도 했었다. 새로운 SD카드를 넣어보고 수리기사를 불러보기도 했으나 끝내 ROBY는 켜지지 않았다고. K헌터가 고물이나 마찬가지가 된 ROBY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ROBY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로봇이라는 부제와 함께 전시관에서 가장 이목이 많이 끌리는 장소에 전시해뒀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관장이 호쾌히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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