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마트라, 윤세진

수마트라*

  수족관엔 퉁퉁 불은 얼룩말의 살점이 부유浮游했다 내가 싫어서, 꼬리부터 뜯어 먹었다 어쩌면 피일지도 모를 액체가 수족관의 물로 기능할 때까지 한 입은 검은 살점을, 또 두 입엔 하얀 살점을 몸통은 맛이 달랐다 이제야 둥글게 만든 몸으로 누군가와 하나의 기포를 들이마실 때, 건져졌다 한겨울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 위로, 삼백 개의 알을 낳았다 주름진 비늘과 꼬리 없이 아마 파묻혀도 모를 거야 씹던 껌에 머리가 붙어버려도 괜찮을 거야 그러니 모두, 박멸시켜 주세요 태어나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죽는 날엔 기억하기로 했다 울컥, 토해낸 뭉툭한 살점으로 우리가 공유할 꼬리를 만들기로 해

* 열대어, 몸에 줄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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