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엔딩 크레딧, 김채은

엔딩 크레딧

창문으로 확인한 내 표정은 덤덤했다
밤마다 꺼지는 불처럼 물은 필요없고
내 이름은 비로 끝나 장마는 끝난 지 오래
얼굴에 남은 물기는 수건으로 닦으면 돼
흡하고 숨을 들이켜 꿀꺽

수건을 베개 위에 올렸다
이름이 떠올랐다
손을 뻗지 않아도 떨어져
눈에서 흘러내린 물은 멈추지
않아 잡혔다 말랐다
표정은 없었던 것처럼 잠들었다

창문으로 확인한 네 표정은 덤덤했다
불 꺼진 방 안에선 눈을 감았다 떠도 그대로
네 이름은 비로 끝나 장마는 끝난 줄 알았다
바닥에 남은 습기는 어쩔 수 없어
발바닥에서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베개 위에 얹으면
이름이 떠올랐다
눈을 깜빡이자 기억나지 않아
커튼콜 대신에 커튼을 치고
엔딩 크레딧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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