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잠이 안 올 때는 시끄러운 힙합을 틀고
눈을 감아 볼륨은 2 정도가 적당하고
영원을 외치는 랩 가사와
가끔 사랑을 노래하는 목소리
내가 널 사랑하고 네가 날 떠났대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르고
그림자가 드리운 방
랩 하나가 끝났는데
지금 시간은 새벽 세 시 반
상실을 말하기 딱 좋지
내 옆 빈자리를 더듬다가
아 여기엔 원래 아무도 없었지
다음 곡이 재생되고
노크 없이 갑자기 둘이 된 공간처럼
눈을 뜨면 혼자가 될 것 같아
이백 자 분량의 자기 연민이 흘러나와
믿고 싶은 것과 믿는 것의 차이
여기서도 그 회색 지대인 믿어 보는 것
영원을 외치던 래퍼를 회색으로 칠해 보고
다음엔 또 누가 오려나
들어오면 허그를 나가면 백허그를
그런데 포옹을 싫어하면 어떡하지
뺨을 맞고 물러날 거다
그리고 가사를 써야지 네가 날 사랑했고 떠났다고
어떻게든 사랑 노래라고 우기면서
아무튼 중독이면 된 거 아니겠어 하면서
손이 시리면 볼륨을 3으로
파랗게 질린 얼굴로 따라 불렀지
그래 무척 사랑에 빠진 얼굴로
하룻밤 누워 있기엔 감성팔이가 편했지
수면 안대가 밝아올 때까지
영원이 끝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