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라지는 중입니다, 이소연

사라지는 중입니다

  십 분을 울고 깨달았는데요. 저는 제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 두렵습니다.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럴 예정이 분명합니다. 사라지는 중입니다. 매일 입술을 뜯었습니다. 입술부터 사라지는 중입니다.

  살아집니까? 숨이 뱉어지지 않는 날이 있었습니다. 목이 막힌 것 같았는데. 목. 보다 모가지. 모가지를 잡으면 아, 숨은 코로 내뱉는 거였죠? 웅크린 몸을 바라봅니다. 몸. 보다 몸뚱어리. 웅크린다는 글자는 정말 웅크린 것처럼 생겼습니다. 웅. 특히 웅이 그렇습니다. 저는 웅웅거리며 모가지를 숙여 몸뚱어리를 말았습니다. 바람이 나오는 것들은 죄다 길쭉하게 생겼던가요. 저는 둥글어서, 웅웅, 숨도 내뱉지 못했던가요, 웅웅.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입술이 사라지고 있는 사람이 전화를 받아도 되는 건가 고민하게 됩니다.

  여보세요. 발음하면 남아있는 입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서 저를 확인합니다. 살아집니다. 통화할 때마다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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