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에도 클럽은 필요하다
이 글은 내 방에 클럽이 없기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이곳엔 리듬이 없고
흐름에 몸을 맡기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물을 갈아줄 때마다 진자처럼 출렁이는 마리모뿐이야
이곳엔 클립도 없어
서로 엮이고 싶은 사람이 없나 봐요 하다못해
나는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살아남은 사람이라
단추도 튕겨 나가기 직전의 모습이지
몇십 년째 착륙 중인 우주선은
이젠 돌아갈 곳을 까먹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나에게 적응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여기에 클럽이 없어서가 아니겠어?
너는 왜 이 타이밍에 이런 노래야
핀잔을 듣는 나지만
그 말이 튀어나옴으로써 우리의 리듬은 시작되니까
나는 이 우주선의 비행사가 죽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했다
심장박동 측정기의 파동처럼
바나나 보트에 올라타야 해
뒤에 따라오는 내가 사랑한 것들
어쩌다 한 번씩 떠올리면 몇 시간 방을 뒤져서 찾아내던 것들
막상 마주하면 노려보게 되는 보물들
그리고
머릿속 한가운데에 앉아있던 인자한 자들
내가 언제 이 비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깨달음을 주고 심판을 내리실 텐데
나에겐 허밍이 필요해
태어나는 게 왜 이렇게 괴로울까
휘파람과 풍선껌을 연습하는 아이
측정기의 여러 빛깔 파동
바이오리듬
사랑이라는 감정
지구의 대기권을 지나 돌아오는 우주선의 붉은 창문
계기판은 붉게 빛나고
나의 클럽 이름은 아직 미정입니다
시끄러운 음악 요란하게 불리는 이야기들
모두 먹통이야
–
적립 일기
뷔페에 갔었지
가득 찬 접시를 자랑하듯 들고 다녔어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접시를 궁금해하다가
수줍게 접시를 보이면
그들은 식탁에 조심스럽게 접시를 엎어버리고 떠났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역겹다는 듯이
접시를 들어 올리면
거기엔 쓰레기를 닮은 사랑이
좋아하던 것도 나를 거쳐 가고 난 뒤에는
배설 그 자체가 되어버렸어
위장 언저리에 박혀있던 게
날 마주하고 있고
그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뒤에
나는 사랑을 게걸스럽게 퍼먹었다 그 잔해가 남지 않게
식탁을 핥아보기도 하고
뱃가죽보다 등가죽과 가까울 정도로 깊은 곳에
사랑을 밀어 넣은 후에야
시선과 상상이 내게서 멀어진다
그래서 너무 좋은 걸 보면 토하고 싶어지나보다
분명 맛있는 냄새가 났는데
모아두고 보니
안고 있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음이 가득 비었다*
–
*가수 신지훈의 노래 ‘가득 빈 마음에’를 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