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법
레토르트 죽 하나가 식탁 위에서
연기를 피워내고 있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허기를 채워줄까, 네가 물었기에
나는 더 허기졌다
수플레를 시켜 계산한 후 파산이다, 네가 그랬을 때
나는 최대한 수플레를 맛있게 먹는 척했다
둥글게 부푼 연노란 수플레가 포크 사이로 촉촉하게 흘러내렸지만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입안으로 빠르게 넣기만 했다
이거 맛있다
그래
너는 어때?
너무 달아
네가 수박 주스를 조금씩 빨아들일 때마다 또 이백 원이 사라졌다고 말할 때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네가 먹고 싶은 걸 말하라고 해서 여러 개를 말해버렸다가
그 중 하나를 네가 고를 때까지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했다
내 잘못이야 둘 중 하나는 돈이 있어야 하는데,
병원 화장실에서 네가 세면대를 붙잡고 울 때
나는 네 탓을 하는 네가 원망스러웠다
내가 아파 누워 음식을 삼킬 수 없었을 때
너는 눈만 겨우 뜬 날 보며 뭐라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색색대는 나를 보다 못한 네가 사방으로 살펴보아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공간과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이 집에
먹을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네가 떨리는 손으로 미니 냉장고 문을 잡아당겼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너는 그저 울었다
언젠가 말이야
내가 달지 않은 수플레를 만들어 줄게
마셔도 마셔도 사라지지 않는 수박 주스를 만들어 볼게
그러면 이 허기가 채워질까
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