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i2022

[시] 그것의 목을 베는 여자, 지화용

그것의 목을 베는 여자   그것의 목을 베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달빛이 가로등보다 환할 때 그때를 노리면 됩니다 그것의 모가지를 잡고 비틀고 칼로 정확하게 한 가운데를 내리찍고 피가 나지 않았던 건 뽑지 않아서입니다 그것의 눈알이 나를 향해 치켜뜰 때 한 번에 뽑으면 피가 솟아 오르지만 그 붉은 피는 달을 적시지 못합니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행동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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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름 외 1편, 유하늘

고름     묵직하게 젖은 기저귀를 잡아 뺐다. 물티슈를 한 장 뽑아 아기의 엉덩이를 닦아냈다. 우는 아기의 양손이 허공을 버둥대고 있었다. 둥그렇게 말린 손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새끼손가락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짧은 손가락 하나가 눈에 띈다. 크기도 작고 길이도 짧아 마치 자그마한 뿔 같았다. 진선미 아기, 남자, 2022년 2월 24일, 14시 29분, 4.2kg. 요람 머리맡에 붙어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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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문학의숲 창작기금 문학 공모전 당선자 발표

제1회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문학의숲 창작기금 문학 공모전 당선자 발표 ■ 대상 (상금 일백만원) 운문 산문 학년 이름 (제목) 학년 이름 / 제목 2학년 김지현 / 속옷 가게 외 4편 2학년 윤서연 / 만조   ■ 우수상(상금 오십만원) 운문 산문 학년 이름 / 제목 학년 이름 / 제목 2학년 김도언 / 독학 묘사 학원 외 4편 4학년 권민선 / 연재의 정원 1학년 김은하 / 종이 접기 외 4편 2학년 박가연 / 창밖의 환한 빛    ■ 가작(상금 이십만원) 운문 산문 학년 이름 /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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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내 플레이리스트, 김채은

내 플레이리스트 김채은   Everyday  Best Friend  종이비행기  크레용(crayon)  Lucky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방학은 따뜻한 이불 밖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평소처럼 가람이하고 이불 속에서 만화를 보고 있었다. 가람이는 나랑 같이 만화 보는 것을 좋아해 꼭 내 옆에서만 만화를 봤었다. 특히 크레용 왕국을 보고 나서 다음 이야기 유추하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엔 영어학원에서 보는 쪽지시험 같았지만, 점점 익숙해져 이젠 크레용 왕국 선생님이 다 됐다.  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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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NO MORE, 최현지

NO MORE 최현지   여름은 점점 더 살쪄가고 있었다. 물을 머금어 몸집만이 불어난 과일과 같은 모습이었다. 살찐 생각들은 서로를 향해 부딪혔다. 영양가도 없이 여름은 불어가기만 했다. 비가 흘러서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싱거워진 과실을 씹으며 물의 지분을 생각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과즙은 밍밍하기만 했다. 달지도 않은 귤을 까서 입안에 집어넣었다. 손끝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옆에 굴러다니는 귤껍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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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갈비찜을 기억하는 방법, 지화용

갈비찜을 기억하는 법 지화용   성아야, 엄마랑 장 보러 같이 갈래?  엄마의 말에 달력을 확인했다. 설날까진 아직 3일이나 남았다. 엄마는 갈비가 금방 나간다며 장바구니를 챙겼다. 딱히 할 일이 없던 터라 순순히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일어났다. 엄마는 설날 시즌이 되면 두 개의 냄비에 갈비를 나눠 갈비찜을 했다. 하나는 베트남 고추와 청양고추를 넣어 닿기만 해도 입술이 화끈거리는 매운 갈비찜이었고, 하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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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피부무덤, 장아연

피부무덤 장아연   지하상가에 있는 작은 피어싱 샵 의자에 두 주먹을 꼭 쥐고 앉았다. 나는 스물다섯이 되자마자 사년 전에 세워둔 버킷리스트를 완료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쉰 개의 버킷리스트 중 마흔네 번째 목표인 볼 피어싱 뚫기를 수행하기 위해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피어싱 샵에 왔다. 스물다섯이란 나이는 결코 적지 않았지만 이 피어싱 샵에선 나이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나보다 서너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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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멍, 윤서연

구멍 윤서연   k가 처음 살았던 집은 그랬다. 나무판자 위에 두꺼운 장판을 덧대어 밟기만 해도 부러질 듯이 아슬했던 곳. 불규칙하게 들어오는 보일러는 장판에 멍 같은 자국을 남겼고 k는 그곳에 발을 대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만큼은 두꺼운 극세사 이불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이 되면 추위가 몰려왔고 그 탓에 수족냉증이 심하게 들었지만, k는 잠드는 시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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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세계를 끄고 개방현, 오정주

세계를 끄고 개방현 오정주   용휘는 악보집에서 눈을 뗐다. 타이레놀을 두 알이나 먹었는데도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릎 위에 얹었던 베이스 기타를 스탠드에 내려놓았다. 허벅지에 실렸던 사 킬로그램 즈음의 무게가 사라지자, 다리 한쪽이 이상할 정도로 가볍게 느껴졌다.  개인 연습실 밖에서 다른 학생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한 덩어리로 뭉쳐 용휘가 앉아 있는 연습실 쪽으로 가까워지더니, 이내 학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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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시절 우리가 나눠 먹은 것, 박가연

그 시절 우리가 나눠 먹은 것 박가연   딸은 어릴 적부터 아토피가 심했다.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부터 온몸에 열이 오르더니 그대로 아토피가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딸의 입에 들어갈 음식재료를 직접 골라 만들기 시작했다. 딸이 조금이라도 아토피로 고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커갈수록 가리는 음식이 많아졌다. 먹기 싫다는 음식을 몸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먹이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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